연초부터 이런걸 건지면 탈덕에 지장이 생기잖아...
첫 페이지부터 여동생이 등장하고, 곧바로 팬티를 노출시키는 문학성으로 가득한 전개가 내 마음을 뒤흔든다. 이야말로 정통파 문학의 왕도다.
- 본문(...)
개인적으로 '한자가 없어지는' 현상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들어있지 않을까 해서 기다리던 책입니다만... 그런건 없네요. ^^;
하지만 그런 것 없이도 이 책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 소설의 세계관. 그러니까 주인공들의 세계인 23세기의 일본은 미쳐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세계는 '여동생계 2차원 모에물'이 주류 문화를 점령하고, 2차원 소녀 캐릭터가 총리를 하고 있는 세계입니다. 솔직히 제가 전 매체를 통틀어 지금까지 접한 세계관들 중에 가장 미친 세계관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참신성이 많이 지나칩니다.
이런 무대를 깔아놓고 보니 캐릭터들이 안심하고 막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게 여기서는 정상이니까요. 물론 주인공의 여동생이 츳코미역이 되어 이를 진정시키고는 있지만 화자는 결국 주인공인 관계로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막나갑니다.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바닥을 때렸는지 모르겠네요. 책을 읽는 내내 옛날 개그콘서트의 <마른인간 연구>라는 코너가 생각났습니다.
거기에 기름을 끼얹듯이 주인공들은 '모에도가 희박'한 21세기로 시간 여행을 합니다. 23세기의 상식을 가지고요. 이 부분쯤 되면 웃다 못해 손발이 오그리토그리 될 지경이지요.
주인공 또한 여러모로 걸물입니다. 물론 '원래 그쪽 세계가 그러니까' 그런 면도 있긴 합니다만, 이놈은 분명 자기 세계에서도 정상 소리는 못 들었을 거에요. 아무튼 세계관을 워낙 미치게 잡아놓으니까 캐릭터들도 가볍게 미쳐나갑니다.
이렇게 세계관의 비중이 큰 소설이기는 하지만 그 참신함에 안이하게 기대기만 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좀 어긋난것 같긴 하지만) 표현의 차이를 넘어서 문학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고, 시간여행 소재도 쏠쏠히 챙겨 먹었습니다. 연애 구도도 은근슬쩍 균형있게 잡았고요.
한 권 안에 너무 쑤셔박았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오히려 2권이 기대되게 될 정도로 깔끔합니다.
다만 세계관만 가지고도 워낙 보여줄게 많다보니, 히로인들이 매력을 발휘할 부분이 너무 없었는데 2권에서는 해결 되었을지 모르겠군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참신한 설정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정석적인 요즘 라이트노벨'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저로서는 그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요.
ps. 시간여행이 참으로 안일하게 그려졌습니다만 여기서 중요한건 아니죠. 하긴 세탁기 속에 들어가서 시간 여행하는 영화도 있었으니...
ps2. 행여라도 이 소설을 리얼 여동생이 보는 참극이 없도록.
ps3. 작가님께.